역사의 진실이 마침내 세계의 기록이 되다
🌍 세계가 기억한 제주 '4·3'의 진실
2025년, 유네스코는 '제주 4·3 사건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공식 등재했다. 이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아픈 상처 중 하나인 제주 4·3 사건이 이제 대한민국의 기억을 넘어 전 세계가 함께 기억해야 할 인류 공동의 역사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4·3사건은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국가 폭력의 비극이다. 무고한 주민들이 ‘빨갱이’라는 이름으로 희생당했고, 수많은 가족이 강제 이산과 침묵을 강요당한 채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이 사건을 공론화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다. 진실은 억압되었고, 희생자들은 '불온한 존재'로 낙인찍혔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진상조사위원회와 제주도민들의 오랜 노력으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고, 점차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그리고 이번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그 긴 시간의 결실이자, 또 다른 출발점이다.
📚 세계기록유산 등재, 그 의미는?
1. 억압된 기억에서 인류의 기억으로
세계기록유산은 인류가 지켜야 할 소중한 기록을 보존하고 공유하자는 유네스코의 국제적 프로그램이다. 제주 4·3 기록물이 이 명단에 올랐다는 것은, 더 이상 이 사건이 특정 지역이나 국가만의 상처가 아니라는 뜻이다. 폭력, 억압, 침묵 속에서도 진실을 찾아 나섰던 인류 보편의 가치가 담긴 사건이라는 점에서 보편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2. ‘기록’이 가진 힘에 대한 재조명
4·3기록물은 방대한 진술서, 수형기록, 정부문서, 군사보고서, 신문 기사, 사진 자료 등을 포함한다. 특히 생존자의 육성 증언과 유족의 기억이 담긴 구술 기록은 사건의 진실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료로 평가받았다.
이는 단순한 사실을 넘어, 기록이 진실을 복원하고 역사적 정의를 세우는 강력한 도구임을 보여준다.
3. 침묵의 시대를 지나 ‘기억의 시대’로
이제 우리는 침묵하던 시대를 지나, 기억하고 기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국가는 망각했지만, 시민은 기억했다’는 사실에 대한 세계의 응답이기도 하다. 또한, 국가 폭력의 피해자들과 그 후손들에게는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국제적 연대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 앞으로 우리가 마주한 과제들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이 역사적 성취를 토대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1. 교육을 통한 세대 간 기억의 전승
많은 젊은 세대에게 4·3사건은 여전히 낯설고,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계기로 공교육 안에서 제주 4·3의 역사와 의미를 제대로 가르치는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교과서에 실린 짧은 문장만으로는 이 사건의 복합성과 감정선을 전달하기 어렵다. 체험학습, 디지털 콘텐츠, 다큐멘터리, 문학작품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2. 기록물의 보존과 디지털화
등재된 기록물 중에는 아직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거나 훼손 위험에 처한 자료들도 존재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디지털 보존 기술을 활용해 후대까지 안정적으로 전승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온라인 접근성을 높여 전 세계인이 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진실에 기반한 화해와 치유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기억의 복원'일 뿐, '용서와 화해'를 의미하지 않는다. 국가와 사회는 여전히 완전한 사과와 실질적인 명예 회복, 유족 지원에 있어 부족한 점이 많다. 진정한 치유는 진실에 기반한 책임 있는 자세와 제도적 실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 기억은 ‘우리 모두의 의무’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처럼, 4·3사건의 의미는 단지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 기록이 세계기록유산이 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기억의 책임을 세계와 나누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제주도민들이 70여 년 동안 지켜온 진실, 그 침묵을 깨기 위해 흘린 눈물과 땀의 기록은 이제 전 인류의 유산이 되었다.
우리는 이 기록을 단순히 기념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어떻게 미래에 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는 4·3처럼 말해지지 않은 진실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그 침묵을 기억의 언어로 바꿔줄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당신은 4·3을 알고 있나요?
그렇다면, 이제 '기억하는 자'의 몫을 시작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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